가재군 서산포스트신문사 대표이사

정부가 내년 국가 R&D 예산을 올해 대비 52000억원을 삭감했다. 그 중 기초연구 예산이 24000억원이나 줄었다.

특정집단 카르텔요소를 없애 혁신하기 위한 것이란 것이 정부가 내놓은 삭감 이유다.

물론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것도 있다 하겠다.

하지만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격처럼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

특히 정부 출연 연구소의 경우는 30%나 삭감되고, 사업성이 적은 기초분야의 예산도 삭감 규모가 클 예정이어서 그에 관련된 과학자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

가령, 졸지에 카르텔로 치부된 과학자들도 문제지만, 전문연구원으로 병역특례를 지원한 새내기 학자들은 월 지급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으로, 처음 멍하니 있더니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 전 과학기술계가 흔들리는 모양세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기초분야 연구로 노벨상을 꿈꾸던 젊은 학자들이 미국으로 독일로 일본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는 것도 흔히 보인다.

그럼에도, 일부 과학 분야 예산이 확충되기도 했다. 그렇게 전망이 좋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좋다. 하지만 그에 반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초분야가 홀대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예산을 아껴 살림을 잘하겠다는데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냐 만은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이제, 우수한 인재들 중에서 누가 과학기술 분야에 발을 담그려 하겠는가? 정원이 느는 의사나 권력의 정점에 이른 판검사에 지원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살림한다고 허리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을 매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거기에, IMF때에도 삭감되지 않은 과학기술 예산이었건만, 카르텔에 묶어 과학자들을 예산 도둑놈으로 몰아버린 지금을 어느 시대에 비교해야 할까? 금속활자와 자격루, 측우기를 만들고 천체를 관측하던 예전의 조상들은 아닐 것인데, 아주 오래전도 가까운 과거도 아닌 어디에 비교해야 할까?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배로 곯고 있어도 내년 농사를 위해 곡식을 남겨놓았다. 그것에 내년 풍년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내년에 내 자식들을 굶겨 죽이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런 지금 우리가 후손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다지 고민할 것도 없다. 적어도, 남의 나라에 로얄티를 지불해가며 간신히 죽지않을만큼만의 허기만 해결하는 미래는 결코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가 아니다.

과학기술 예산 그것도 기초 분야의 예산은 미래에 쓸 씨앗이지 지금 끓여 먹을 양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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