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군 서산포스트신문사 대표이사

1980년대 말, 서산시 대산읍에 울산과 여수에 이어 제3의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고,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KCC,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입주했다.

유수의 대기업들이 들어섬에 따라, 서산시에 지역민 고용, 인구 유입 등으로 인구 증가와 경제적 호황을 가져오게 된다.

그야말로 산업단지 조성 초기부터 시작되어 수십 년간 이어온 경제적 효과는 대한민국 변방의 서산시엔 크나큰 행운이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이었다.

하지만, 혜택의 크기만큼 뒤따른 부작용도 따르는 법.

그 부작용인 환경오염, 교통문제 등이 경제적 호황으로 덮여있던 시민들의 감내 한계선을 넘으며, 시민들은 불만.분노가 폭발되기 시작한다.

시민들은 화학단지에서 뿜어내는 오염물질과 화학사고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대산공단을 오가는 열악한 도로의 출근길에서 생명을 건 모험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오염물질과 화학사고를 막고자 극렬한 투쟁에 들어서고 서산시는 기업과 시민 사이에 끼어 혼돈의 시간을 보낸다.

시민들은 이미 많은 고통을 겪은 터라 기업과 서산시를 향해 유의미한 변화와 개선을 요구했다.

차츰,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기업의 대처와 방관자 모습을 한 서산시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며 공단 시설개선, 대기환경 개선, 도로 개설 등의 약속을 내놓았다.

그것이 4사 안전·환경 분야에 8070억 원 투자하겠다는 약속이며, 38호선 4차선 확장위한 국비 522억 원 확보, 미세먼지 총량 관리 지역 지정 등의 결과로 보여진다.

거기에 더해, 대산 당진 간 고속도로가 2023년 착공이 하기로 되어 화학물질을 실은 차량이 고속도로로 직접 진입해 열악한 지역 국도에서의 사고위험이 대폭 줄어드는 기대를 갖게 됐다.

이 모든 것이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정치권이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도 조용할만 하면 또다시 이어지는 화학사고, 출퇴근 시간 교통혼잡 등이 아직 계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서산시 관내의 군소 산업단지에서 화학반응에 의한 화재와 오염수 배출이 반복되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여전히 그대로다.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고 재발 방지하겠다 내놓는 기업의 공허한 약속과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에 시민들이 인근 지자체로 떠나기도 했다.

그러자, 이들 문제가 전 현직 서산시장 후보들 모두가 대산산업단지에 관련해 공약으로 내놓을 정도로 중요한 현안으로도 떠올랐다.

특히, 화학사고의 경우 매우 민감하게 여긴 이완섭 시장은 노후 산단 화학사고 원격 모니터링 사업추진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맹정호 전 시장은 노후설비특별법제정을 촉구한 바도 있다. 이렇듯 이들 전 현직 시장 모두 막대한 위험을 품은 대산화학단지에 대한 우려가 큰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대산산업단지에서 서산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겪는 출퇴근 교통체증에, 서산시가 교통량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교통관리 시스템 적용으로 12월 현재 대산 초입부터 산업단지까지의 소요시간을 10% 단축해 개선되었다는 발표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견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는 서산시 발표에 대한 의구심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대산화학단지로 비롯된 많은 문제들이 적지않게 개선돼 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라는 시민들의 중론이다.

단번에 해결되어질 문제가 아니라면 노력이, 그리고 실현이 가능하다면 과감한 실천으로 시민들이 안전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용두사미로 처음만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고, 지자체, 기업체, 정부, 정치권 모두의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 그야말로 의미있는 결과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산화학단지가 서산시의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최대한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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