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기고 」'산폐장과 서산' #5, 심인호 민주노총 서산태안지역위원회 집행위원장,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100% 비정규직 공장 동희오토

2003년 가을부터 기아차 서산공장에 생산직 채용이 한창이었다. 태안의 어느 마을 회관 앞에는 경축! ○○○씨댁 둘째 아들, 기아자동차 입사라고 하는 현수막이 붙었다고 한다. 기아차 화성공장이나 현대차 아산공장에 합격했는데, 고향을 지키자는 요량으로 서산공장에 눌러앉은 이도 있었다. 또 누구는 자동변속기를 만드는 현대파워텍을 과감히 박차고 완성차 공장을 선택했다고도 한다.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도 할 만한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한동안 기아차 서산공장에서 회자 되었다.

알고 보니 그 공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완성차 100% 비정규직 공장, 동희오토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뭔지도 몰랐던 시대였다.

20041, 모닝 1호 차가 생산되고 곧 주/야 맞교대가 시작되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어다녀야 했다. 출근하면 골병으로 공장 안에는 소염제 냄새가 진동했다. 야간일 후 퇴근하고 나면 잠을 못 자서 모두 불면증에 시달렸다. 여유 인원이 없어서 몸땡이가 아프고, 급한 일이 있어도 월차 한번 제대로 못 쓰는 실정이었다. 최저임금과 살인적 노동강도, 민주노조에 대한 혐오와 탄압이 동희오토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그 안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굴욕과 비겁, 비참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인간다움을 위한 투쟁

2005, 드디어 노동조합이 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회사는 계약해지와 업체 폐업으로 조합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했다.

업체 장의 사위나 반장, 경리 등이 조합원인 페이퍼 노조(혹은 유령노조)’를 통해 복수노조 시비를 걸어왔다. 민주노조는 불법노조라서 주민등록증에 빨간 줄 간다라고 부모님께 까지 전화를 해댔다. 결국,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대부분 쫓겨나고, 어용노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08, 어용노조 민주화 투쟁이 시작되었으나 역시 업체 폐업과 계약해지, 징계해고로 주동자들 대부분이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옆의 동료가 해고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장노동자들은 얼어붙었다. 그 후 해고자들은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었다. 서산시청의 역할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했고, 보훈단체 어르신들이 동원되어 천막농성장이 부서지기도 했고, 2010년 여름 우리는 현대기아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으로 향했다.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는 150여 명의 용역 깡패들과 마주해야 했다.

한여름 더위와 태풍을 버티며 100일 가까운 노숙농성 끝에 합의에 이르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공장인 동희오토 문제는 그렇게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 이슈가 되었지만 여전히 문제의 핵심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남아있는 소수의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계속 그 문제를 부여잡고 있다.

2020년 여름에는 라인 합리화를 이유로 해고된 몇몇 분들과 불법파견-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들어갔다. 노동과 삶의 존엄을 위한 긴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산폐장투쟁, 자본의 탐욕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모두의 일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의 이윤과 탐욕을 위한 우리 삶과 인간성의 파괴이다. 생존의 근간인 일자리가 왜곡되면서 희망도 없는 불안 속에서 야금야금 삶은 파괴되고 있다. 오토밸리 산폐장 문제도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폐기물업자의 이윤을 위해 지역의 환경과 주민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은 비정규직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기업하기 좋은 서산이 말이 결국 서산을 한국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도시로 만들었듯, 이제는 쓰레기 도시’, ‘폐기물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자본의 탐욕에 삶을 저당 잡히고 있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제는 느끼고 있다. 우리도 서산에 살고 있는 시민이며, 오토밸리 산폐장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님을! 결국 사업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고 본질은 같다.

산폐장 대책위 주민들과 서산시민들의 진심 어린 투쟁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장과 집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해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것을 동지들이 몸으로 보여주고 계신다. 늦었지만 함께 하겠다.

동지들을 외롭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우리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한 투쟁이다. 자본의 이윤과 탐욕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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