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산포스트신문사 대표이사 가재군

끽 덜컹 와르르~~

아침 출근을 위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서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차되어 멈춰 있었던 차가 빠른 속도로 주차라인을 벗어나 내차 앞을 가로막으려 했다.

끼익~

천천히 주행하고 있었긴 했지만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놀라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다행스럽게도 차끼리 충돌은 없었지만 차에 싣고 있던 책들이 와르르 무너져 차 바닥에 뒹굴었다.

불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누르며 그대로 앉아 운전자를 보았다.

운전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정면을 쳐다보기만 했다. 표정도 없었다.

그저 내가 화를 참고 가던 길 가기만 기다리는 것 같았길래 사고도 없었고 아침부터 화를 내는 건 불필요할 것 같아 그냥 회사를 향해 출발했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

좌회전으로 큰 도로에 접어들어 1차선으로 주행을 하고 있었다.

1차선으로 주행하며 교차로를 지나는데 좌회전 차선으로 가고 있었던 택시가 느닷없이 내 앞으로 들어섰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까 간신히 정리한 책들이 또다시 바닥을 뒹굴었다.

예측도 할 사이도 없이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 차선으로 들어선 택시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앞서가는 택시를 유심히 보니 택시 백미러에 비친 모습으로 보아 60대 후반은 됨직한 남자 기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난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며 뒤를 따라가다 또다시 만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며 좌회전을 하는 택시를 지켜봐야했다.

이렇게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며 만났던 두 운전자에게서 피해(책이 차 바닥에 뒹구는)를 입은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았어야 함에도 그들은 뻔뻔함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무사히(?)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뉴스를 검색해 읽고 있자니 내가 겪은 오늘 일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수사 중이긴 하지만 소속팀 운동선수를 감독, 주장, 팀닥터(의사가 아니라 잡일을 하는사람이라고 함)들이 선수들에게 오랫동안 폭력과 모욕을 일삼아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에 대해 증언을 하고 있는데도 사과할 마음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난 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모 의원은 피해를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인 결정한 선수의 가족들과의 통화에서 정신병력을 운운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만났던 주차장의 운전자, 택시기사, 소속팀 선수를 폭력으로 죽음까지 몰고 간 사람들, 그리고 운동선수 출신 모 의원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데도 숨기며 거짓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겉으로의 표현은 잘못을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지금 우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다른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또는 잘못의 기준을 남들과 달리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 아침에 내 차 앞으로 튀어나오던 주차장의 운전자와 좌회전 차선에서 급하게 1차선으로 변경한 택시운전자는 내 차 안의 책들이 바닥으로 뒹굴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잖은가?

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 자식의 죽음으로 난 상처에 소금처럼 뿌려지는 의원의 소리에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부모의 얼굴이 보일 리 없을 것이며,

,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저들의 입에서 나온 반성 없는 목소리가 온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을 저들이 알리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이 사소함으로 여긴 행동으로도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도, 또는 다른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내행동에 대해 책임을 갖추고주변을 잘 살피며 살 필요가 있어보인다.

저작권자 © 서산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